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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는 평온을 되찾는 듯 했다. 마녀의 광신도들은 그녀가 죽고 난 후에도 줄기차게 저항을 계속했지만 그저 헛된 행동일 뿐이었다. 지도자가 사라지고 난 뒤의 저항 세력이란 그 폼새가 비 맞은 수수깡 묶음 보다도 못한 법인지라, 마녀가 죽은 후 그 세력은 급속히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십여 년에 걸친 철저한 수색과 탄압으로 저항 세력은 대부분 제거되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사람들도 모두 지하로 잠적, 더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데바와 아수라는 가이아인들을 도와 가이아의 재건에 나섰다. 마법을 함부로 사용하는 자가 없도록 마법에 대한 엄격한 관리제도가 생겨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범위가 커졌다. 신성마법, 원소마법에서 크리처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마법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배울 수 있는 마법은 매우 다양해졌다. 엄격해진 관리에 불만을 토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런 불만은 곧 사그라졌다.
가장 놀라운 변화는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데바와 아수라의 도시가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무지하고 조심성 없는 인간들에게서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출입이 금지되어 있던 두 도시가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그 문을 열었다. 이것은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었는데, 그 전까지 신의 사도들의 도시는 일종의 성역처럼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신과 인간의 관계는 무한대로 가까워지는 듯 보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마녀가 죽은 뒤 약 30여년 후.
새로운 소문이 조심스럽게 퍼져나가고 있었다. 모두 소탕된 줄 알았던 마녀의 광신도들이 아직도 어딘가에 남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녀 소동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니니 잔당 한 둘쯤 남아 있어도 이상치 않다 싶은 일이긴 했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한술 더 떠서 마녀가 얘기했던 가이아의 역사는 모두 옳다, 데바와 아수라는 단지 가이아인을 농락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들이 재차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단지 뜬금없는 헛소리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명망 있는 학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데바나 아수라 중에서도 그 의견에 동조하는 자들이 있다고 했다. 독립을 선언하며 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마을이 몇몇 군데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물론 그런 소문에 동요되지 않는 가이아인들이 훨씬 많았다. 지금의 가이아가 있기까지 많은 것을 베풀어준 신족들이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소문이 마치 거미처럼 가이아 곳곳에 발을 디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마녀는 사악한 마녀가 아니라 진실을 알리려던 성녀였던 것일까?
이제까지 가이아인들의 정신적인 지주 노릇을 하며 많은 것을 전수해준 성스러운 종족, 데바와 아수라는 무엇이란 말인가?
누구의 얘기를 믿고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해야 올바른 길을 갈 수 잇을까?
가이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쯤 스스로를 향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이 해답을 찾는 것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정표를 세우기 위한 덕목으로써 매우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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